불확실한 시대가 만든 새로운 현상, 잡 허깅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잡 허깅(Job Hugging)’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표현은 만족스럽지 않은 직장임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경제 상황과 불확실한 구직 시장 때문에 현재 직장을 붙잡는 행동을 뜻합니다. 즉,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자 시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직장 문화라고 볼 수 있죠.
과거에는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빠르게 회사를 옮기는 ‘잡 호핑(Job Hopping)’이 트렌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금리 인상, 구조조정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며, ‘새로운 도전보다 안정’을 택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는 거예요.
글로벌 MZ세대가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해외 언론도 이런 변화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과 그 이후의 엔데믹 시기에는, ‘거대한 퇴사(Great Resignation)’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유롭게 회사를 떠나는 문화가 활발했죠.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WSJ는 “이제는 MZ세대 직장인들조차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출근 전 차 안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만큼 현재의 직장 문화가 개인의 가치보다 생존을 우선시하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보다 ‘어떻게 버틸지’를 고민하게 된 것이죠.
왜 잡 허깅이 늘어나고 있을까
잡 허깅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의 채용 축소입니다. 많은 기업이 채용을 중단하거나 인원을 감축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죠.
둘째,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입니다. 이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금전적 보상이 이전보다 크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줍니다. 결국 ‘불만족스럽지만 안정적인 자리’를 지키는 쪽이 현실적이라고 느끼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팬데믹 이후 급변한 업무 환경도 한몫합니다. 리모트 근무와 유연 근무제의 확산으로, 굳이 회사를 옮기지 않아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환경’이 생겼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잡 허깅이 던지는 시사점
잡 허깅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변화의 결과로 해석됩니다. 이직 시장이 냉각되고, 경력보다 ‘안정’이 더 큰 가치로 여겨지는 시대가 된 것이죠. 하지만 동시에, 이런 문화가 개인의 성장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심리적으로는 ‘현 상태 유지’가 안도감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안감이 누적되어 번아웃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결국 직장인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지금의 자리를 붙잡을 것인가, 아니면 불확실한 미래를 감수하고 나아갈 것인가. 행복을 위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때 결국 잡 허깅은 ‘생존’과 ‘행복’ 사이의 균형을 묻는 시대적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직장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버티는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회사에 남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버팀은 결국 더 큰 상처로 돌아올 수 있죠. 잡 허깅이 늘어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많은 대화와 공감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지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환경, 그리고 마음이 건강한 직장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이제는 ‘붙잡는 용기’보다 ‘자신을 아끼는 용기’가 필요한 시대이니까요.
